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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021-11-24 멀리서 보면 저만큼 다름 가까이 보면 이만큼 닮음

복지관 관리자 | 2021-12-08 | 조회수 : 556

6월부터 부산 금정구 곳곳에서 나이도 직업도 각기 다른 여성들이 이따금 모였다가 흩어졌다. 모임은 부산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5단계일 때 시작돼 차례로 4단계까지 올랐다가 다시 3단계를 거쳐 단계적 일상회복에 이를 때까지 화상과 대면을 오가면서 이어졌다. ‘(), 다름 기록공동체라는 이름의 활동은 웹진으로도 발행됐다. 이들의 속깊은 대화를 따라가보았다.


우리 지금 만나


지난 18일 부산 금정구 청년창조발전소 꿈터플러스 북카페에서는 모여라, 다름 기록공동체의 여섯 번째 모임이 열렸다. ‘다름 기록자여섯 명과 출판사 빨간집의 윤주 기록활동가가 이치카와 아이리 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치카와 씨는 한국 사람과 결혼해 부산에서 살고 있는 이주민으로, 이 날의 대화 주제인 한국 사람 다 됐네는 그만을 위한 초대 손님이다.

 

모여라, 다름 기록공동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다양성 지원사업인 무지개다리 사업의 하나다. 금정문화재단은 다양한 주체의 문화 표현 기회 확대와 교류, 소통을 위한 사업 취지에 따라 교육 중심 사업을 해오다 올해는 다양한 지역 여성들과 다름이라는 주제로 웹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여러 지역 기록 작업을 해온 출판사 빨간집도 함께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대학생부터 은퇴자까지 다양한 지역 여성 12명이 다름 기록자로 모였다. 각자를 참가하게 만든 열쇳말도 문화, 여성, 다름, 기록, 공동체까지 제각기 달랐다. 그러나 6월 오리엔테이션에 이어 7우리 삶으로 온 코로나19’라는 주제로 처음 간담회를 했을 때 이들은 모두에게 예외 없이 찾아온 팬데믹 상황을 나누면서 먼저 뜨겁게 공감했다.

 

가정주부이자 초보 수필가 이상희(57) 씨는 이 날의 만남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1년여 전부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게 되고, 코로나가 찾아오면서 온가족이 집에 발이 묶인 상황이었다. 잠시라도 한숨을 돌리고 싶었던 그에게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이나 나름의 극복기를 공유하는 대화가 위로가 됐다. 그는 코로나로 귀가가 빨라진 남편의 이야기를 수필로 썼다.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전혜정(40) 씨도 학교와 어린이집이 멈추면서 조카 둘을 포함해 아이 넷과 함께한 100일간의 돌봄을 기록했다. 전 씨는 글은 형식이나 잘 써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어려운 거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시도한 글쓰기가 재미있고 성취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계가 허물어지면


다름 기록자들 사이의 다름이 도드라진 주제도 있었다. ‘비혼, 행복하게, 건강하게, 안전하게라는 주제로 열린 8월 간담회 때다. “생각이 너무 다르니까, 한편으로는 위태위태한 순간들도 있었어요.” 윤주 기록활동가의 회고다. 이날 참여한 다름 기록자는 심민영(24), 하세연(34), 김수현(54), 우병녀(58), 박복남(63) . 윤주 기록활동가까지 더하면 미혼 셋, 기혼 셋에 세대별 사회통념도, 개인별 생각도 다 달랐다.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25일이 지나면 케이크가 잘 안 팔린다는 것에 빗대)라는 고약한 비유에서 고작 서른 살에 온갖 노처녀소리를 듣던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을 지나 결혼 말고 동거를 말하는 Z세대까지 흘러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대화는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다까지는 물흐르듯 이어졌다. 박 씨가 여성이 남성보다 가족 돌봄의 부담을 더 지는 경향이 있고, 혼자 살 수 있는 자기 돌봄 능력도 더 뛰어나다고 짚었을 때는 세대를 떠나 공감했다. 그러다 비혈연가족이라는 화두가 나왔을 때는 금정문화재단 김규리 주임이 중재에 나설만큼 긴장감이 돌았다. 윤주 기록활동가는 결혼, 이성애, 정상가족 중심의 삶이 당연하고 일반적이던 세대와 비혼을 넘어서 혈연이나 계약 관계가 아닌 다양한 파트너십 또는 이성애가 아닌 가족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대화 과정에서 어느 순간 그런 삶이 있구나하는 지점까지는 경계가 허물어지더라고 말했다.

 

대학생 심 씨는 이 자리가 아니었다면 못 만났을 사람들이 친구와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진지한 생각을 다양하게 공유하면서 제 생각도 재구성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퇴직 교사인 우 씨는 결혼관뿐 아니라 가족 개념 자체가 너무 급격하게 변하고 있고,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옆의 누군가의 일일 수도 있겠구나 실감했다면서 스스로는 아직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중요한 순간에 멀리 있는 가족보다 옆에 있는 사람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활동반자법의 취지 등은 설득되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토록 다른 다름


9월 모임은 금정구의 채식 전문 비건 식당 나유타 카페를 방문해 공간 탐방으로 진행됐다. 다름 기록자 박주원(37) 씨는 카페의 나까 대표를 따로 인터뷰해서 웹진에 실었다. 그는 다양성을 기록하는 사람들을 주제로 열린 10월 간담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별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삶에도 나름의 굴곡과 기록할 역사가 있더라고요. 그게 울컥하고 다들 마음이 통해서 다들 눈물 바다가 됐는데 그게 참 좋았어요.”

 

박주원 씨와 박복남 씨는 같이 연극을 배우는 동료이기도 하다. 박복남 씨는 사업을 은퇴하고 세상 구경도 하고 혼자 쓰던 글도 내놓고 싶어참가했다. “다양한 사람도 만나고 혼자 집에 있으면 생각해보지 않았을 문제들도 생각해보게 됐죠. 비혼 이야기를 할 때는 특히 세상의 변화를 젊은이의 육성으로 맞닥뜨리니까 자극이 컸어요. 세상 구경을 하려고 왔는데, 변화하는 세계 속에 제가 직접 들어서는 느낌이랄까요.”

 

지난 18일 모임에서 이치카와 씨는 아이를 일본 사람도, 한국 사람도 아니라 지구인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하세연 씨는 금정복지관에서 중국, 동남아, 러시아 출신 엄마들과 시장이나 병원, 학교 정보를 나누고 아이들끼리 각 나라 전통놀이를 배우는데 저나 아이 모두 배우는 게 많다는 경험을 공유했다. 인간은 먹는 것도, 사는 것도 모두 다른 존재일 수 있으면서 동시에 거대한 지구인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은 여섯 번의 만남을 아우르는 멋진 결론이다.

 

금정문화재단 측은 다름 기록자 모두 기록에 앞서 아주 잘 듣고,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면서 기록공동체의 웹진을 함께 완성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웹진의 제목은 다른 생각’. 다음달은 마지막 모임을 갖고 두 번째 웹진도 내놓을 예정이다. 문화예술강사로 활동하는 다름 기록자 김수현 씨는 앞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사람들이 다같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많이 개설되고 몰라서 참석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없도록 더 널리 홍보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하 전문 참조

[출처 : 부산일보(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112418202608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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